어떤 방향, 속초 (2020)











소리가 잘 안 들려
왼쪽 고막 고장이 났네

풍랑주의보 덮친 마을에 소낙비가 친다
바다에 갈 때마다 우산이 고장 났다

네가 갖고 놀다 버린 우산살은 부러져 있었잖아
책임 못 질 말들을 한참 던져 버리고

내 몫이 돼버린
산봉우리에 나린 눈은
봄인데도
아직 단단히

해를 기다리는 마음
저버리는 희열을 이불 삼아
간신히
새벽잠을 이겨냈다

바위에 남겨진 시멘트 몇 덩어리와
웅덩이에 던져진 사백 원은
파도에도
휩쓸리지 않겠지

모래알 씹히는 신발로 부처를 향해 오른다

평안한 염원 같은 건
이미 전소되어버린 절간에 탑처럼 쌓아두고

무슨 말이든 잘 듣길까
죽어버린 감각을 살려낼 수는 없어
그럼에도 오른쪽이 남아있고

억지로 삼킨 문장들
찬바람 이는 바다에다 밤새 게워내자

유난스럽지 않은 하루가 지났다








© 2020 Dawon Ha